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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 상류(제천) 문화의 수수께끼
이창식(세명대학교 한국어문학부 교수)
1. 왜 제천문화는 사군문화(四郡文化)의 진면목을 지니고 있는가
지역문화의 보존과 개발은 그 문화의 지역성과 보편성 그리고 가능성을 염두에 둘 때 보다 역동적
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제천 사람들은 모둠살이를 통해 지역문화를 형성해 왔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
운 문화를 창출해가야 한다. 이제 문화 뿌리에 대한 지역민의 인식은 세방화(世方化)시대에 달라져야
한다. 이에 남한강 상류지역을 중심으로 한 우리 제천지역의 역사적·지리적 배경을 밑그림으로 삼아
오늘날 문화의 정체성(正體性)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지역문화 유적의 독자성을 살펴봄으로
써 제천문화의 전통성과 역사성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이를 계승·발전시켜 나가는 지킴이 노릇을 하
는 방안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논의를 좁혀 남한강 상류의 제천·단양·청풍·영춘의 이른바 사군문화(四郡文化)는 센 기질 속에
선비지향의 일면과 풍농지향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데서 충북문화 또는 한국문화의 위상을 고려
하여 제천문화의 특장을 짚어보고자 한다. 제천문화의 진국은 본질적으로 보수적이면서 진취적인 대
응력이 돋보이는 측면에서 화두를 이끌어내고 싶다.
2. 무엇을 제천문화의 대표적 상징성으로 해야 할 것인가.
제천문화의 두 축은 남한강 본류의 청풍강 일대와 그 지류인 제천천과 의림지를 정점으로 한 내륙
일대라고 말할 수 있다. 과거에 청풍문화제와 의림문화제가 있었듯이 청풍문화와 의림문화가 사군문
화의 테두리 안에서 지속과 변화를 보여주면서 오늘의 제천문화의 근간이 되었다. 청풍문화는 '강'이
란 열린 공간과 의림문화는 '산'이란 닫힌 공간으로 인해 둘의 관계는 수로 ― 산간문화의 독특한 모
습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제천문화의 기반에는 개방적인 듯하면서도 지리적인 배경 때문에 '안으로 챙
기는' 현실 대응성이 짙게 나타난다. 이러한 성격을 제천문화의 주요 상징물에서도 느낄 수 있다.
첫쨰, 한벽루는 열리고 닫히는 이중의 풍류미가 있다. 신화 없는 양반문화의 고장에 선비의 기개가
고스란히 각인되어 있다. 누구든 받아들이는 듯하면서 서열의 권위성을 은근히 내비친다. 비숍 여사가
말한 청풍인의 꼬장한 장난기가 있으면서 사귀면 의리가 느껴지는 제천의 국보급 건축물이 아닌가.
한벽루는 시(詩)의 박물관이다.
둘째, 덕주사 마애불은 창석리 인골과 제천사람들을 닮았다고 할 수 있다. 제천의 선사시대 사람들
의 얼굴은 오늘날 제천 얼굴이라고 확언할 수 없으나 한강을 주도했던 이 지역의 얼굴이 미륵불 ―
한산사 석상 ― 장곡리 부처(사라졌지만 찾아야 할 유산) 등에 새겨져 있으니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선사시대 사람 얼굴을 알 수 있는 곳이 제천 황석리 뿐이다.
셋째, 의림지는 한국 최고의 농경문화의 자존심의 얼굴이고 용신당의 인위적 조성물이다. 천지와 백
록담이 자연적 물 유산의 으뜸이지만 신석기 이후 '농사'의 혁명적 상징물로서 원형적으로 남아 있다
는 점에서 중요하다. 더구나 칠성봉과 용두산으로 연결하는 풍수개념의 활인지(活人地)라는 측면에서
매우 소중한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다. 또 순채의 원조 서식지, 소나무와 버드나무의 상생지(相生地),
박수검 학맥의 터전, 의림지 기줄다리기 현장 등 무수한 문화양태를 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살아있
는' 농업사 박물관이 아닌가.
넷째, 조선후기 실학사상의 모태는 황강서사이고 그 중심인물은 권상하다. 황강영당으로 지금은 알
려져 있으나 본디 '한수재'는 기호학파 이이 ― 송시열로 이어지는 충북학맥의 전당이다. 이 곳에서
이른바 강문팔학사(江門八學士)가 배출되었고 이들이 실학파 지식인의 본원적 스승들이다. 또 이곳의
영향으로 정철과 윤선도와 겨룰만한 옥소 권섭이 나왔다. 그의 시문학은 청풍강이 텃밭이었다.
다섯째, 의병의 진원지는 지방서사였고 그 활동의 본거지는 박약재였다. 자양서사는 자양영당으로
알려져 있으나 한수재와 더불어 제천지역의 지식인 배출의 요람이었다. 유중교 ― 유인석 ― 이정규
로 이어지는 걸출한 인물들에 의해 오늘날 대학 수준의 교과과정을 통해 '선비의식'을 고취하였다. 두
학 박약재는 검은 돌 강치네 터전에 내려오던 최고의 서당이었는데 이강년 등 의병장들의 작전 모의
처였고, 나중에 『창의사실기』가 집필·편찬된 곳이다. 자양영당의 춘·추향제와 과거 향음례는 조선
적 문화의 원형성을 간직한 것이기에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여섯째, 배론성지는 외래문화의 지역화에 모범적 사례다. 황사영 백서, 최양업 신부의 천주가사 등
의 유산은 지역민의 옹기굽기와 상부상조의 품앗이 등 생활기반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희망의 '배'
터에 자리한 배론은 지역적 여건을 최대한으로 살리면서 '복음'의 씨앗뿌리기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
깨운 제천의 또 다른 성소(聖所)임에는 틀림없다. 한국인 출신 최초의 목사 최병헌도 제천출신이라는
데도 이런 것과 아주 무관한 것인가.
일곱째, 박달재 서낭당, 오티리 오티별신제, 만지실 공알바위 수구제 등은 이 지역 고유의 원초적
사유체계를 보여주는 전승물들이다. 박달재 금봉이와 박달 이야기는 김취려 장군 이야기와 함께 '고
개'의 단절과 방어길이라는 이미지와 연결하여 지역적 폐쇄성과 교류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금봉이와
박다리의 캐릭터 개발도 이에 연유하고, 박달재 계승화도 박달재가요제, 「울고 넘는 박달재」 창극
등으로 이어진 것이다. 오티리 별신제는 제천지역의 마을신앙을 가장 잘 보여줄 뿐만 아니라 한국 별
신제의 원형성을 '억세게' 지켜 왔다는 데 의의가 크다. 만지실 공알바위는 성(性)신앙의 최고 걸작품
이면서 지금도 섬기는 자연신앙의 표본으로 알려져 있다.
3. 왜 남한강 상류 문화는 교류적인 것인가
강은 사람들이 문화를 만드는 모태의 구실을 하였다. 남한강 수계는 영서산지에서 발원하여 충북
동북부와 경기 동부지방을 흐르는 한강 중상류의 큰 물줄기다. 이 물길은 근대 교통망의 도입 이전까
지 중부지역의 대동맥 구실을 하여 왔다. 충북 남한강 수계 지역의 문화 특성은 크게 단양, 제천을 중
심으로 하는 사군문화와 충주, 괴산, 음성, 진천 일부를 중심으로 한 중원문화로 그 성격이 변별된다.
남한강에 충주댐을 건설하면서 문화적 흐름은 그 후에 많은 변모를 보였다. 충주댐 이전의 물길을 염
두에 두고 본류와 지류의 주변문화를 상기하면서 사군문화의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 남한강 수운이 1
948년 완전히 중단되기 전까지 전통사회에서 영춘 하진, 제천 북진 등은 소금과 새우젓 등을 강원 영
서와 영남지역으로 교류시킨 곳이다. 이 일대는 영남과 경기, 남한강 상류와 한강 일대를 잇는 정치적
ㆍ문화적 거점이라는 것 때문에 일찍부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뱃길은 그만큼 남한강 본류와 지류
의 인근지역과 문화적 차이를 줄이는 구실을 하였다. 네 고을의 문화도 독자적으로 인식하여 왔던 흔
적을 살필 수 있고 18세기 이후부터 사군문화란 말도 널리 알려진 말이다. 남한강 상류의 지역적 특
성은 산간문화와 강변의 수로문화를 양면으로 유지하였다.
여느 지역보다 가층문화(加層文化)에 대한 대응도 강했으나, 기층문화에 대한 보수성도 나름대로 유
지하였다. 이는 청풍 일대가 충주 취향이 보이는 것과 관련이 있고 제천 내륙은 산간문화의 농작생업
활동과 연관된다. 이중환의『택리지』에서 동남쪽에는 청풍의 한강ㆍ충주의 금천ㆍ목계ㆍ원주의 흥원
창ㆍ여주의 박애가 있는데, 서로 뱃길이 통하여 장삿배들이 외상 거래하는 곳이라고 한 데서도 알 수
있다. 남한강 물길은 문화의 교통로이고 문화를 창출하는 집단의 인성을 반영하는 상징이다. 남한강
물길의 교량지인 단양·청풍은 기호문화권을 이룩하는 한강 본류와 영남문화권을 형성하고 낙동강 본
류를 잇는 길목이었다. 그러므로 제천 일대는 이후에 조선후기 실학적 경향의 지식인들이 그렇게 인
식하였다.
충북 북부지역은 의림지를 정점으로 호서문화(湖西文化)로 불려진 것처럼 충청문화의 한 축을 이룬
셈이다. 영춘, 단양, 제천, 청풍의 사군(四郡)이라는 용어는 18세기 한진호의『도담행정기』전후로 처
음 쓰기 시작하여 조선후기 실학적 경향의 지식인들이 그렇게 수용한 듯하다. 사군 중에서 남한강 상
류 유역의 핵심지인 청풍은 물 속으로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다. 또 하나의 거점인 영춘도 단양으로
흡수되었다. 이제는 단양, 제천 일부로 사군문화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사군문화의 바탕은 화전산
악문화인데 내륙의 고랭지·화전 중심의 생업활동이 중심을 이루었다. 사군문화는 남한강 상류에 자
리하고 있어 먼 옛날 한강을 따라 들어온 고대인들이 남긴 선사유적이 다양하게 남아있다. 이들은 신
석기 시대 전후하여 마을을 이루고 제천의 뿌리가 된 정착문화를 남긴 것이다. 삼국시대에는 한강을
따라 남하한 고구려가 이곳에 내토군(奈吐郡) 등을 설치함으로써 고구려 유적의 편린을 찾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영춘의 온달산성, 제천의 저성터, 청풍의 고성터, 영월의 고성터 등이 그것이다. 이는 지명
전설과 언어전승, 제의(祭儀) 등을 통해 확연하게 나타난다.
예컨대 지명에는 '∼홀(忽)'이 '∼골(洞)'로 전승되고, 동제에는 산신제와 서낭제가 공존되어 신목, 암
석 등 자연물 자체에 밀착된 신앙행위를 볼 수 있다. 행위전승 중 제의는 산성(山城)과 같은 가시적
인 문화유산만큼 페쇄성이 강하다. 산간지역에서 지내는 공동제의는 대체로 산신에 대한 기원의례로
나타난다. 이것은 고대로부터 계승된 제의적 전통으로서 기원양식이나 대상의 변천은 있었으나 그 원
형은 지속적으로 전승되었다. 사군문화의 제의 중 원형성이 강한 것은 서낭신에게 지내는 별신제(別
神祭)다. 별신제의 고형(古形)은 단양 대강면 별신제와 제천 수산면 오티별신제라고 할 수 있다. 지역
민은 여느 마을처럼 산신제와 서낭제를 지내지만, 별신 드는 해에는 대보름 전날은 산신제를 지내고
대보름날은 별신제를 지낸다. 별신제는 풍농굿이면서 대동굿으로서 축제의 성격이 강하다. 농악과 민
요, 놀이의 전승도 이와 관련이 깊다. 무속제의는 법사가 주도하는 충청도권의 무경(巫經)이 발달되었
으나, 강신무의 역할도 활발하게 유지되었다. 이는 청풍 일대에서 유교 풍속에 따라 한문 위주의 무경
을 다루는 이른바 '앉은굿'이 확산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내사군(內四郡)의 구비전승은 신앙행위와 세시의례에 부합되는데, 설화 역시 산신 혹은 서낭신 등
과 얽힌 신화의 편린이 보인다. 온달·단종설화와 마고·죽령산신 이야기가 그 예가 되는데 이들 각
편에는 지역 지킴이의 신격화 요소가 내재되어 있다. 무가에는 무경의 사설이 신장을 불러서 협박하
는 권위형 주문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서정무가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민요는 아라리계(系) 사설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짐배소리와 같은 뗏목꾼과 관련된 유흥민요가 전승되고 있다. 강원도 민요권에
크게 벗어나지 않은데 충북의 동북민요권이라고 설정한다면, 아라리계와 메나리계가 결합하여 이른바
한벽루의 멋과 같은 청풍체(淸風體)가 형성되었다고 본다.
이 지역의 태백산·소백산·단양팔경·의림지·청풍 능강 등을 유람한 선비지향의 지식인들은 한결같
이 이 곳이 옛날부터 전통성이 강한 땅이라고 하였다. 아직도 영춘 등지에는 고구려 의식이 남아있고,
제천지역에서는 '센 기질'과 의향(義鄕)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일제강점기까지도 동제의 신전(神
田)이 있는 마을이 많았다.
남한강 수계 지역의 민속신앙은 이들은 대체로 금기와 신심을 엄격하게 지키는 폐쇄형의 모습을 띤
다. 마을신앙은 수구제와 별신제 등이 있었으나 대체로 서낭제 위주다. 제천지역에서의 서낭제는 산신
제와 결합되어 나타난다. 김영진은 이를 북방계의 동제가 잔존한 것이라고 하였다. 별신굿은 뱃길이
닿는 곳이나 교통의 주요 길목에 위치한 큰마을에서 나타난다. 별신굿은 서낭굿의 성격을 지니고 있
으나 마을 축제적 성격이 두드러진다. 단양의 갈천별신굿과 제천의 오티별신제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
다. 기우제는 신격의 신성지역을 더럽히는 부정화(不淨化) 방식으로 강우를 기원하는 대항주술형이다.
남한강 기우제의 주술 행위에는 '수혈산포형(獸血散布型)'과 '호두살수형(虎頭投水型)'이 있다. 전자는
돼지나 개의 피를 뿌리는 것으로 단양·제천에 분포되어 있고, 후자는 호랑이의 머리를 물 속에 던지
는 것으로 청풍의 황공탄, 충주의 진포 등에서 행하여졌다. 그만큼 단양 삼봉 용왕제, 청풍의 기우제
등은 남한강 용신앙과 관련이 있다. 제천 용두산 기우제는 치성제 성격을 지닌다.
출산의례는 '아들얻기'의 기자치성, 순산을 위한 삼신 비손하기, 귀한 자손 삼칠일 금줄치기 등이 있
다. 혼례의 경우에는 마을 잔치로 확대하여, 신랑·신부의 화합을 축복하는 상징적 요소가 있고, 유교
식 가풍의 가훈 잇기를 강조한다. 친정보다 시댁의 '예속적 규범'에 충실한 편이고 남성우월의 관습을
내세운다. 이는 토착 집성촌과 화서학파 등 우암 송시열 학맥의 영향도 있다. 장례와 제사의례는 일반
적인 중·북부 풍을 지닌다. 장례에는 생기와 일진에 따라 초혼ㆍ일관ㆍ묘자리 등을 결정하고 가부장
적 권위를 중시한다. 금강 수계 쪽은 제사에 여성도 참여시키지만 남한강 수계 쪽은 남성 중심이고
조상신도 남성 편향성을 부분적으로 보인다. 10월 상달에는 각 집안의 5대로 윗대 조상의 '시제'를 지
내고 벌초부터 제사의 절차도 남성들만의 몫이다. 시묘살이가 많이 행하여졌는데 이 역시 '장자·장
손'이 맡았다. 제천지역의 마을신앙은 북방계 수목석(樹木石) 자연신앙과 관련이 있고 대동성을 띠어
마을 잔치의 형태를 지닌다.
가층(加層)의 다양한 유입 속에서 오티 마을사람들이 오티별신제를 끈질기게 지켜오는 것처럼 '고집'
이 있는 곳이다. 남한강 상류 유역은 고대로부터 힘 겨루기가 이루어졌던 역사적 경합지였고 문화의
소통지역임에는 틀림없다. 그런 경합의 가시적 증거로 망월산성 등 성곽과 고분을 들 수 있다. 이런
실상은 상층문화에서도 드러나지만 제천지역의 전승문화에 두루 확인된다. 남한강의 문화적 성격은
일면성보다 다면성을 드러낸다. 남한강 유역의 문화가 한강문화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은 물길의 흐름
에 따라 자연친화적 문화요소, 융합적 문화요소, 주변적 문화요소를 띠면서 중부지역의 남북 교류문화
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제천지역의 민속은 고구려·신라·고려 문화요소가 층위별로
나타날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에도 중부지역 문화의 집결지로서 고유성을 드러낸다. 따라서 제천문화
는 남한강 상류 유역의 문화 곧 사군문화를 근간으로 지속되어 온 것이다.
4. 왜 제천문화의 생활풍습이 현실대응적인가
남한강 상류지역은 세시풍속 중 단오·백중을 중시하면서, 추석도 챙긴다. 충주 쪽은 단오와 추석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정월 대보름 관행은 남한강 전지역이 공통적으로 나타나며 많은 세시의
례가 대보름에 편중되어 있다. 세시풍속의 관행은 영남권이나 호남권과 달리 논농사 관련 의례와 밭
농사 관련 의례가 강을 따라 교차하면서, 조금씩 달라진 모습이었다. 정월 새해 세배 후 가족끼리 윷
놀이ㆍ덕담 나누기를 하고 대보름에는 부스럼 깨물기ㆍ더위팔기ㆍ오곡찰밥 제사지내기ㆍ별신놀이와
같은 풍물놀이를 마을 단위로 행한다. 좀생이날의 행위와 영등제는 농사의 풍년을 기원한다. 삼월 삼
짇날 산멕이, 사월 초팔일 절에 치성드리기를 한다.
오월 단오에 마을 단위의 단오굿이 있었고 칠월 칠석에는 정한수 떠놓고 건강 기원과 절에 가서 무병
장수를 기원한다. 칠월 백중에는 호미씻이가 있었다. 추석에는 성묘하기, 10월 상달에는 안택굿과 시
제를 지낸다. 동짓날 팥죽 쑤기, 섣달 그믐날 국을 올리는 제사 등을 행한다. 이러한 남한강 유역의
세시풍속은 대체로 중부 이북의 북방계 성향을 띤다.
제천지역은 밭농사와 논농사를 병행하는 큰 마을에서는 마을계를 통한 마을공동체 형태가 보이지만,
밭농사 또는 화전 중심의 작은 마을에서는 두레와 같은 조직관행을 찾을 수 없다. 마을에 따라 초상
이 났을 때를 대비하여 향두계가 발견되나, '품앗이'의 조직은 집성촌 중심으로 뚜렷하게 나타난다. 화
전 중심의 산촌에서는 마을계에 상부상조하는 지연성이 있을 뿐이다. 마을계의 바탕에는 농사 일손돕
기가 우선 하지만, 동제 지내기와 장례 치루기와 같은 '큰일'을 위해 주민의 친목도모와 화합단결을
필요로 하는 데서 나왔다. 논이 있는 산골 마을에서 농악을 통해 김매는 소리 또는 논매는 소리 등
생업 위주의 관행이 전승되었다. 다만 배가 닿는 나루터 인근의 마을에서는 상거래 조직에 의해 지역
민과 상인이 교류하는 전통을 유지하였다. 상계와 대동계가 바로 그것이다. 남한강 수운이 퇴락한 이
후에는 이러한 마을관행은 소멸하였으나 과거의 민속사상은 화석화된 상징물 속에 남아 있다. 꼬짱한
청풍명월의 여유가 있으면서도 외부적인 대응에 발빠른 자연친화적 삶의 양태를 보여준다. 남한강 유
역의 수로 근접 마을에서는 농사짓기와 물고기 잡기가 주류를 이루나 수로 밖의 마을에서는 화전 짓
기와 사냥, 소 키우기 등이 강조되었다. 제천지역의 생산활동은 산에 의존하는 경우가 큰 만큼 숯굽기
ㆍ약초캐기ㆍ소 키우기ㆍ사냥ㆍ화전 일구기ㆍ옹기굽기 등을 들 수 있다. 화전농사는 윤작을 주로 하
고 첫해에 서숙과 감자를 심고 이듬해에 콩, 팥, 옥수수 등을 심었는데 1960년대까지 가난의 상징이기
도 하였다.
물길의 핵심지에는 나루터를 중심으로 장시, 오일장, 임시시장인 갯벌장이 서 상업활동이 이루어지고
물길 가까운 마을에는 민물고기를 그물과 투망, 낚시로 잡는다. 선박 수송을 통해 수산물과 농산물의
상거래가 활발하였다. 조선 후기에는 한양의 상인들이 편리한 수로를 이용하여 단양 상류의 영춘·영
월까지 서해안의 소금을 공급하였다. 낙동강 상류의 풍기·봉화·예천에도 한강 소금이 공급되었으며,
보은·청원 일대에서는 금강 소금과 시장쟁탈이 있었다. 거간꾼 집단은 수로와 선박을 통해 영리를
취하고 조운의 이익도 치부하는 데 이용하였다. 남한강 근접 지역의 생업활동은 농사위주형, 반농반어
형, 반농반상형 등으로 분포되어 이루어지는데, 이는 물길과 산길의 자연환경에 적응하는 힘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상업민속은 남한강 유역의 생업활동에서 주목되는 것이다. 교류 과정에서 소금배
는 교역민속을 보여준다. 소금은 콩·팥·쌀·잡곡·담배 등과 물물교환 되었는데, 교환비율은 수송거
리나 수로조건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장사꾼의 배와 뗏꾼의 떼는 나루터 장시를 형성하였다. 그 곳에
는 썩쟁이와 노름방이 있었다. 서울의 유흥문화가 올라오고 산간의 생산물이 만나는 곳이다. 그들은
이른바 강통(江通)문화를 유지하였다. 교역은 소금을 비롯하여 뗏목, 연료공급, 도자기ㆍ옹기류까지
다양하였기에, 생산과 공급 과정에서 다양한 교역 민속 또는 상업민속을 만들어냈다. 이처럼 지역민
의 삶을 전제로 할 때 농경사회에서는 '적응'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강한 생활력은 역사의 위기에
대처능력으로 승화되기도 하였다.
5. 왜 민속예술은 청풍체(淸風體)처럼 내향적 풍류를 담고 있는가
남한강 지역의 구비전승과 자료에는 여느 수계보다 지역성 또는 향토성과 지역적 권위성이 잘 드러
난다. 그러면서 옛길과 물길을 따라 상호영향 관계의 유동성도 간접적으로 시사하여 보여준다. 설화에
는 역사인물 전설이 탄생지와 성장지, 대표유명지 등과 얽혀 다채롭게 보존되어 나타난다. 충북에는
신화가 거의 없다고 한다. 지명전설에는 신화소를 찾아볼 수 없고 전설소의 물적 증거가 구체적이다.
우륵의 인물전설도 있으나 신격화된 사례는 없다. 우륵은 청풍·제천까지 그 전승범위가 확대되었다.
단양·제천지역의 전설은 신화성을 띤 인물전설이 많은데 단종ㆍ다자구ㆍ온달ㆍ정도전ㆍ우탁 등이 이
를 입증한다. 제천 인근 지역의 전설은 문화적 인물인 우륵ㆍ김취려ㆍ박의림ㆍ권상하·박수검 등을
통해 지역의 진실성 입증과 관련이 있다.
민요는 남한강 위쪽 동강·서강의 아라리권 영향을 받으면서 뗏목, 짐배 등의 물길 교류 때문에 상
류 쪽에서 하류 쪽으로 이행하면서 아라리계에서 경기도 선소리계의 성향으로 변화하며 드러난다. 산
간지역의「소모는소리」도 강원도적 '겨리소리'는 별반 보이지 않으나 '밭가는소리'유형이 전승된다.
제천은 동일한 남한강수계 지역이면서도 천등산과 박달재라는 큰산이 있어, 강원도·경상도 북부지역
의 메나리목이 부분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요소는 아라리계와 교류하면서「짐배소리」에서처럼 유
흥민요의 성향을 보인다. 남한강은 유흥민요의 본고장이라고 한다면, 남한강의 교류에서 나온 현상이
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조선후기 강변을 중심으로 형성된 시장이 그 연행의 주무대이기 때문이다. 제천지역의 노동요 대부
분이 메나리 선법으로 전승되고 있다. 가창방식이 메기고 받는 방식이 많고 간혹 주고받는 방식 또는
혼자 부르기 방식이 있는데 특히 동부쪽은 경상도 민요권과 맥을 같이한다. 명도리 상여소리처럼 회
심곡류의 틀을 보이지만 '전쟁'의 허망감을 내향적으로 전달하려는 경향이 보인다.
무가는 법사나 무경에 의한 독경풀이, 무경과 무가의 중간형태인 고사풀이, 강원도 영서지역에서 보
이는 무가 등이 '앉은굿'에서 주로 연행된다. 마을굿에서 무가가 연행되는 것은 별로 없고 '치병굿'의
기능으로 많이 불린다. 앉은굿은 경의 권위를 통해 귀신을 다루는 제의양식이다. 제천·단양지역에는
'액막이' 독경고사가 많고 음성·진천 등지에 경기도 도당굿의 영향권으로 편입되기 때문에 '풍년 비
손행위'가 부분적으로 보인다. 이러한 성향도 양반문화의 권위성이 기층문화에까지 작용한 일면인 것
이다. 남한강 수계 지역은 지역마다 줄다리기를 정월 대보름 전후로 행하였다. 줄다리기의 궁극적 목
적은 대동성에 있으나, 지역의 상황에 따라 그 기능은 다르게 나타난다. 단양·제천지역의 칡줄다리기
와 기줄다리기는 풍요다산을 기원하는 동시에 화재를 막는 등 터를 다진다는 의미가 강하다. 의림지
의 기줄다리기는 음양의 겨루기를 통해 음의 생생력을 부각시키면서 화재를 누르는 주술적 제의성을
강조하고 있다. 남한강의 예맥은 물길을 따라 이동하였으리라 보여지는데, 충주의 우륵의 예맥이 청풍
의 승평계, 제천의 의림지 우륵대 등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중앙과의 예술적 유대감, 단양팔경
과 화양구곡의 유산적 탐방 등은 내륙의 풍류문화를 남겼다. 민속공예품으로 호족반(虎足盤)과 구족
반(狗足盤)이 있는데, 중류지역에는 상다리가 안쪽에서 밖으로 휘어지는 호족반보다 상다리를 밖에서
안쪽으로 휘어 안정감을 높여주는 개다리소반 구족반이 널리 생산되고 사용되었다. 이런 점에서 금강
산 일대 다음으로 아름다운 남한강 상류의 산수 덕분에 선비적 내향성이 풍류로 승화된 듯하다. 그
대표적인 시인으로 권섭은 「황강구곡가」등을 통해 생활체험의 풍류를 시화하고 있다. 이 예술양상
은 단양·제천지역에서는 자연친화적 풍류로 나타나고 있다. 축제의 민속예능 항목에는 이러한 세분
된 예맥의 놀이성과 향락성을 찾을 수 있다. 오늘날 남한강 주변의 시ㆍ군에서 진행되는 축제도 이런
성향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남한강의 축제는 풍류적 성향과 유역의 교류적 측면이 동시에 나타난
다. 이런 제천 일대의 민속예술 양상으로 볼 떄 '금수강산'의 내향적 풍류가 '신선적' 기풍과 백두대
간의 기상으로 연결된 듯하다. 다만 청풍체의 지속적인 전승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아쉬운 일이다.
앞으로 청풍명월 축제는 이런 점을 살려야 한다.
6. 왜 제천문화의 특화에 의병, 의림지, 청풍명월 등의 이미지가 필요한가
지역문화의 세계화는 지역 특유의 전통문화의 유지보존과 창조적 계승, 그리고 독창적 개발에 있다.
문화자원에 대한 문화공학(文化工學)적 인식이어야 말로 법고창신(法古創新)의 길이다.
지역 전통문화의 우수성과 차별성을 창조하고 계승하여 이를 전국적으로 또는 세계적으로 널리 인식
시키고, 인정받는 시점이야말로 21세기의 문화적 경쟁속에서 이기고 살아 남을 수 있다.
제천 사랑이 21세기 살맛나는 제천 만들기의 정신적 힘으로 승화될 수 있도록 의견을 모아야 한다.
제천지역 전통문화를 대상으로 세계화의 방안을 모색할 때, 무엇보다 전통문화의 현대화에 있다.
축제를 통한 지역문화의 인식 확대와 그 보급선전이 이루어져야 한다. 제천다운 문화를 가꾸기 위
해 문화적 분별력과 내성(耐性)을 갖춰야 한다. 제천지역의 축제는 기왕의 의림문화제와 청풍문화제가
합해져 제천의병제(義兵祭)로 거듭 태어났다. 제천지역 축제에 '의병'을 특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의
병문화제는 희생제의(羲生祭儀)라는 신화적 구조와 도덕성이라는 현실주의의 구조가 있다. 제천지역의
역사적 전통을 감안하여 관광축제화, 교육축제화, 향토가꾸기 축제화가 되어야 한다. 의병제를 떠올리
면 제천의 이상적인 시상(市像)이 이미지화될 수 있도록 관련 문화유산을 현대 감각적으로 재창조되
어야 한다. 이밖에 겨울에는 의림지 중심의 대보름 공어 축제, 봄에는 청풍명월 축제, 여름에는 순채
축제나 청풍강의 수상 축제, 박달재 산림과 약초 축제 등을 통해 사계절 순환식 향토축제를 가꾸어갈
수 있다. 세명대학교 청룡축제도 지역민과 연계하여 더불어 문화를 가꾸어 가는 대학축전이어야 한다.
이를 이끌어갈 지역공동체가 필요하다.
지역문화의 집결지라고 부를 수 있는 박물관 건립이 시급하다. 이를 추진할 수 있는 시민운동도 필
요하다. 바람직한 지역문화운동은 낡은 사회제도나 오도된 문화, 자연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시민 주체의 활동이다. 청풍면 읍리 580평의 청풍문화재단지에 10억 원을 들여 연면적 180평 규모의
향토유물 전시관을 개관하고 있다. 제천의 유형문화유산이 청주박물관에 갔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으
나 본격적인 박물관이 없다. 제천에는 의림지 중심의 농업문화사 박물관, 청풍문화재단지 중심의 선비
지향 특화박물관, 자양영당이나 남산 중심의 의병사(義兵史)박물관, 약초시장이나 세명대학교 한의학
연구소와 관련한 약초 및 한약 박물관, 점말동굴, 황석리 등의 선사유적 박물관, 박달재 중심의 산간
문화 박물관 등이 건립되어야 한다. 또 지역언론에서는 21세기에 걸맞는 정보화와 지역의 문화가 어
울리는 기획물이 마련되어 향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곳에서 전통문화강좌, 역사교실 등을 개설
하여 시민과 관광객은 물론 다음 세대의 인재를 교육해야 한다.
지방자치 단체를 주도하는 지도자들의 인식 전환과 시민의 전통문화에 대한 생활화가 필요하다. 이
제는 길을 만들고 다리를 놓고 도시를 계획화하는데 전통문화의 보존과 개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논의되어야 한다. 기왕의 도시계획에서 문제점으로 드러난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수준 있는 제천 21세
기 문화만들기에 노력해야 한다. 시민단체나 봉사단체, 교육기관에서는 참맛나는 제천 가꾸기를 위해
출향인사(出鄕人事)는 물론 외지인들에게도 문화의 긍지와 홍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박달재의 명소
화 계획과 더불어 박달이와 금봉이를 캐릭터로 하여 기왕의 인물마인드를 개발해야 한다.
문화유산을 관광화하여 지역 경제의 활성화에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유무형 전통문화를 발굴하고
정비해야 한다. 문화 유적지를 테마 투어코스로 개발하고 지역 인물의 선양 이벤트를 개최함으로써
관광객 또는 시민들에게 전통문화 체험화 시간을 갖도록 한다. 제천 관광사업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하되, 전통문화의 창조적 재현을 통해 외지인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설정되어
야 한다. 사군(四郡)문화의 연계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고려 왕건 촬영장과 청풍호반의 고사분수
등을 활용한 기반시설의 체류형 관광단지 만들기가 필요하다. 제천 모든 지역을 연계할 수 있는 제천
십경(十景)도 다시 조성해야 한다. 남한강 상류 문화 답사 및 관광의 중심지가 '제천'이 되도록 여건
및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
전통문화에 대한 교육은 주체성 있는 향토 가꾸기의 덕목이라고 인식해야 한다. 인간성을 중시하는
교육을 강조하는 마당에 반드시 '제천지역의 것'을 가르쳐야 한다. 대학의 평생교육원 문화강화, 향토
문화학교 운영이나 제천문화원 내의 제천 문화교실을 여는 것 등이 그 대안이다. 세계화 교육도 자라
는 세대 곧 초ㆍ중ㆍ고 제천의 청소년들에게 전통문화를 염두에 둔 건강성, 도덕성, 세계성 등과 같은
인성교육(人性敎育)에 달려 있다. 그들은 향토애를 가지고 미래의 꿈과 이상을 실현하는 지역의 주체
다. 그들은 지역화를 주도하고 살맛나는 제천의 세계를 여는 인재다. 미래를 준비하는 건강사회는 그
들의 인성교육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문화의 독자적 창출은 큰 데 있지 않고 작
은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긴 안목을 가지고 교육과 문화사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살기 좋은 제천의
미래를 이끌 젊은 세대는 이를 통해 지역 또는 고향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나아가 이러한 전통문화
유산을 통해 새로운 제천문화를 창조하도록 해야 한다.
전통문화의 고부가 가치는 엄청난 지적 재산이다. 제천시 사업으로 무형문화에 관해 체계적으로 조
사·연구해서 그 결과를 자료센터에서 분류, 정리, 보존, 출판하고 이와 관련된 민속지도를 작성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전문적인 안목과 정보화 시대에 걸맞는 창조 작업
이 병행되어야 한다. 전통문화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안내서가 필요하다. 세명대학교와
대원과학대의 전문성을 활용하며 제천지역의 전통문화를 개발하되 그 정체성의 진단이 수준있게 이루
어져야 한다. 정신적 깊이로 인문학의 활용, 시대적 변화인 정보기술의 요청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제천 전통문화의 창조적인 작업을 누가 봐도 옛것의 향기가 물씬 묻어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의 디자인과 색채감각이 이를 받쳐주어 고품질의 문화상품으로 탄생할 것이다.
제천문화의 개발은 법고창신의 원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천박한 자본주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전통
문화의 인간애를 지켜갈 때 제천문화의 미래가 있다. 전통문화를 마음 깊이 느끼면 미래가 보인다. 천
박한 자본주의 욕망에 끌려다닐 것이 아니라, 조선적 환경친화의 세계관으로 살았던 '선비'라는 이름
의 옛 선인처럼 문화의 친자연화, 몸과 마음의 상생화(相生化) 등 근본과 전통에 대한 관심으로 문화
를 디자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앞으로 지역민은 '특정' 지적 욕망을 꿈꾸는 자가 아니라 우리것의
창조적 현현(顯現)을 통해 절제적 수양과 공덕의 욕망을 홍익인간의 실천 작업으로 현실화해야 한다.
합리주의의 근대화 논리를 비판하고 서구적 문화의 유입으로 우리의 장점을 잃은 측면을 회복하며 21
세기 한국문화형 찾기와 제천다운 지역문화의 모형화를 만들어 활성화하고 전통문화를 화두로 삼아야
한다. 그 곳에 의병이 살아 있고 의림지와 청풍명월이 명상의 아름다운 대상으로 다가올 것이다.
7. 왜 21세기 제천문화의 지역화는 공동선 추구에 힘을 모아야 하는가
제천지역은 수려한 백두대간의 터전에서 월악산과 연계된 남한강(청풍강)의 문화발상의 젖줄과 농
경문화의 상징인 의림지를 정점으로 독특한 문화를 유지하여 왔다. 이 지역의 고유문화와 천혜의 자
연자원을 묶어 충북 북부 사군(四郡)문화권 또는 호서(湖西) 문화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화적 여건을 바탕으로 지역민의 문화적 여건을 바탕으로 지역민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애향심을 드
높여 미래지향의 지역사회(local community)를 창출해야 할 것이다.
지역사회는 지역의 특수성을 바탕으로 자주성을 유지하며 연대·협력을 촉진시키려는 지역주의(reg
ionalism)에서 뿌리를 두고 있다. 이는 보편주의와는 상대 개념으로 지리적·행정적 분야에 의해 나
눠진 일정지역의 사회를 뜻한다. 따라서 지금 여기의 제천 지역사회는 자생적 단위가 아니고 인위적
단위로 성립되었다. 지역사회의 정체성 확보도 이런 점에서 자연적 지역과 인문적 지역, 이 둘을 상생
적으로 조화된 고장의 유기체로 인식해야 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지역문화는 지역감정을 배제한다. 지역자존, 지역가꾸기, 지역사랑, 지역교육 등의 지역문화의 핵심
항목이다. 지역발전은 지역감정이 앞서기보다 이성적·합리적 태도가 올바른 방향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 지역문화의 복사품은 중요하지 않고 특화를 통한 법고창신화의 길이 요구된다. 지역사회개발과
문화재는 긴밀한 상관성을 가지고 있다. 개별과 보존, 전통과 현대, 지역화와 세계화라는 상충적인 개
념에서 '지역발전 방향'이라는 공동의 인식이 내재한다.
지역사회가 공동운명체라는 명제가 두루 통하듯이 지역문화와 문화재는 지역정신의 공급처이며 동시
에 지역발전의 에너지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제천지역 문화의 활성화는 구성원들의 소속감을
강화시키고 공동선(共同善)을 추구하는데 일체감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를 주도하는 단체는 지역사회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구성원 간 합리적인 의지로 더불어 살아가
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앞선'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의림포럼'은 이런 제천문화의 정체성에 뿌리
를 두고 의림지 소나무처럼 '의연한' 모임으로 지역 마인드를 부각시킬 수 있는 공동체 담론을 진지하
게 연구해야 할 것이다.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여론을 수렴하고 이를 집약하여 다시 제공 할 수 있는
매체가 필요하다. 의림포럼의 구성원은 지역사회의 눈높이를 조절하고 지역사회 구성원 간에 상생적
으로 공동선을 추구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필자 참고 문헌> 이창식, 《제천의병의 종합적 이해》(공저), 백산 출판사, 1996.
이창식, 《제천의병과 전통문화》(공저), 제천문화원, 1998.
이창식, 《한국의 세시풍속》(공저), 국립민속박물관, 1998.
이창식, 《한국구연민요》(충북편)(공저), 집문당, 1998.
이창식, 《한강 유역사 연구》(공저), 전국향토사협의회, 1999.
이창식, 《한국의 유희민요》, 집문당, 1999.
이창식, 《문학공학과 민속학》, 대선,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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